[해외 건설 특집] 전세계 황무지에 심은 ‘건설 韓流’… 열사의 땅 넘어 가자 ‘엘도라도’로

입력 2012-09-19 18:16


지난 60여년간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로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해온 건설업이 몇 년째 이어진 국내 경기 침체로 기로에 서 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건설업계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연간 700억 달러(2010년)를 넘는 등 세계 건설 10대 강국에 진입했지만, 올 들어 외국 선진기업과의 기술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또 중국 터키 등 건설후발국의 거센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시장 확장과 공종(工種) 다양화 전략으로 ‘제2의 해외 건설 붐’ 조성을 꾀하고 있다.

1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37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증가한 수치지만 올해 전체 목표액 7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을 겨우 넘긴 상태다. 아직 올해 말까지는 3개월 이상 시간이 남아 있고, 해외건설 수주가 연말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도 당초 목표치였던 700억 달러 달성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화건설이 78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수주 덕에 건축 공종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많은 111억 달러를 기록했을 뿐 산업설비나 토목, 전기 등 나머지 공종에서는 모두 실적이 작년만 못하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일머니를 축적한 중동 산유국들이 지난해 재스민 혁명을 겪으며 주택, 병원, 도로 등 민생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 데다 아시아·중남미 국가들의 인프라 및 플랜트 발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국내건설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건설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은 최근 “제2 중동붐 확산 및 신시장 개척을 위한 고위급 건설외교, 맞춤형 해외건설 인력 양성 확대, 투자개발형 사업 육성, 해외건설 원천기술 확보 등 각 분야에 걸쳐 아낌없는 지원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신흥시장 발굴 및 확대를 통한 시장 다변화 전략 수립, 리스크 분산을 위한 전략 마련 등이 꾸준히 요구되자 해수담수를 포함한 물 산업, 초고층빌딩, 장대교량, 환경 및 발전플랜트, 해상유전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공종으로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동 편중의 해외 건설수주에서 벗어나 중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10년 당시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건설 내역을 살펴보면 중동, 북아프리카, 아시아지역의 수주 물량이 94%에 달했으며 이 중 80%가 플랜트였다. 특정 지역과 공종에 치우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편중화는 변화하는 세계시장 속 안정적인 성장에 제동을 걸었던 게 사실이다.

건설사들의 신흥 시장 발굴 노력으로 중남미 시장에서 수주계약은 지난해 9월 말 23건에서 올해 9월까지 30건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수주 금액은 같은 기간 14억8800만 달러에서 45억4200만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 중남미 수주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건설업계는 최근 10여년간 정치적 안정과 거대한 소비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을 기반으로 경제가 꾸준히 성장, 각종 공사 수주도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