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태평양의 보석’… 구름도 쉬어가는 섬 필리핀 ‘보홀’

입력 2012-09-19 18:08


해외에서 연인끼리 달콤한 허니문을 즐기거나 가족끼리 오붓한 휴식을 원한다면 필리핀 보홀(Bohol)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700㎞, 세부 막탄 섬에서 동남쪽으로 70㎞ 정도 거리에 위치한 보홀 섬은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태평양의 보석’이라 불린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쾌적한 리조트가 관광객들에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필리핀항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3시간, 마닐라에서 다시 보홀까지 1시간 남짓 걸려 지난 13일 도착한 보홀은 비경을 자랑하는 자연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세부 최대의 휴양지인 막탄 섬은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번잡한 반면, 보홀 섬은 한적한 편이어서 여유롭게 즐기기에 좋다. 막탄 섬이 갖지 못한 아름다운 해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홀의 대표적인 명소를 꼽으라면 초콜릿 힐이다. 섬 중앙의 대평원에 제주도의 오름처럼 우뚝 솟아 있는 언덕 1268개가 장관을 연출한다. 200만년 전 바다 속 지면이 솟아오르면서 육지가 되고, 산호층이 엷어지면서 언덕과 같은 모양이 됐다. 초콜릿 힐이라는 이름은 건기 때 갈색 초지로 뒤덮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로복강은 선착장에서 폭포까지 3㎞ 구간을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즐길 수 있다. 유람선에는 필리핀 전통 음식이 뷔페로 마련되고, 로복 출신의 음악가들이 기타 연주를 곁들인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야자수 나무 등 수목이 울창하게 드리워진 강변의 중간중간에는 소년들이 나무에 매달리거나 다이빙을 하면서 손을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로복강 선착장 근처 농원에서는 ‘안경 원숭이’로 잘 알려진 타르시어 원숭이(사진)를 만날 수 있다. 몸 길이가 13㎝에 불과한 이 원숭이의 눈은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툭 튀어나온 모습이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이면 메뚜기 등을 사냥한다.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갖다대면 렌즈 쪽으로 눈을 돌려 귀여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보홀은 나비의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발견된 나비는 1000여종으로 이 가운데 300여종이 보홀에서 발견됐다. 2002년 나비농장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2006년 문을 연 ‘심플리 버터플라이’는 근처 숲에 서식하는 나비들이 언제든지 자유로이 날아 들어와 놀다 갈 수 있는 나비의 휴식처다. 갖가지 종류의 나비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면 반딧불이 투어를 떠나는 프로그램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반딧불이 투어는 해질 무렵 카약을 타고 아바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한다. 일몰 후 망그로브 터널을 지나면 수천, 수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숲에서 빛을 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보름달이 뜰 무렵에는 반딧불이와 만월(滿月)이 어우러져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보홀의 탁빌라란 시내에 위치한 혈맹비(碑)는 1565년 스페인 총독과 이 섬의 추장이 피로써 양국의 우호를 맹세한 것을 기념하는 유적지다. 보홀의 역사를 살펴보는 코스다. 보홀에서 30분가량 배를 타고 가면 닿게 되는 파밀라칸 섬에서는 500마리에 달하는 돌고래 떼를 볼 수 있다. 파밀라칸 섬은 전 세계 스쿠버다이버들에게 사랑받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숙소는 10여개의 비치 리조트 가운데 최근 개장한 ‘팡라오 블루워터’가 최신 시설로 여행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리조트는 54개의 객실과 수영장 및 해변을 보유하고 있어 여유롭게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의 한국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낭만과 추억의 보홀 투어였다.

여행메모

보홀은 한국에서 운항하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세부 막탄공항에 도착해 페리를 이용해 들어가거나 마닐라 공항에서 탁빌라란 공항까지 비행기를 타야 한다. 편안하게 보홀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필리핀항공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 ‘필플러스팩 보홀’을 추천한다. 3박5일 기준으로 항공료와 숙박 및 식사까지 포함해 1인당 86만9000원 등이다(02-2085-8673).

보홀(필리핀)=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