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개척교회 식당에서 주일 점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보통 때보다 교인들의 표정이 밝았고 즐거운 담소가 이어지고 있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 먹음직스러운 떡이 있기에 이것이 웬 떡이냐고 목사님께 물어보았다.
“이 떡은, 항암수술을 받은 후 오늘 첫 출석하신 김 집사님께서 감사의 의미로 전 교인들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는, 자세한 내용을 듣고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집사님은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했고, 교양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독립해 자신의 사업을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경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망도 보였고 사업도 잘 됐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자 처가로 시작해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은행 빚이 불어났고 부인의 월급에 차압이 붙었다. 급기야 건강 검진 결과 암 3기라는 절망적인 진단이 나왔다.
집사님은 교회에서 매일 기도하고 신유에 매달리게 되었고, 목사님에게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를 부탁하게 되었다. 전 교인이 기도에 들어갔고, 집사님은 아예 기도원으로 거처를 옮겨 기도에만 매달리게 되었다고 한다. 돈이 없으니 자동차에서 잠을 자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니 건강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소식을 들은 목사님은 김 집사님을 만났다. 기도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의사를 통해 수술을 받고 치료받는 것도 하나님의 또 다른 신유 은사이니 수술을 받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집사님은 완강히 거절하고 기도원 생활을 계속 했다.
수술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미 죽을 것을 각오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목사님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 대학병원에 수술 날짜를 잡고 목사님 개인 신용카드를 병원비에 쓰라며 집사님 부인에게 맡기고 갔다.
수술은 잘 되었고 한 달 만에 회복한 집사님이 교인들에게 떡을 돌린 것이다. 게다가 이 사실을 교인들이 알게 되었고, 나이 지긋하신 교인 한 분이 병원비를 슬며시 헌금했다고 한다. 이 돈으로 병원비가 해결된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정말 맛있는 떡이었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주시리라. 하나님의 말씀이다. 김 집사님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선행과 나눔, 사랑을 전하고 종국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일이 되었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
[강덕영 장로 칼럼] 종교인과 신앙인(23) 이게 웬 떡입니까
입력 2012-09-19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