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교회의 아웃소싱
입력 2012-09-19 17:50
최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이 영화의 특징을 꼽으라면 우선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을 들을 수 있다. 광해군의 ‘조선왕조실록-광해군 일기’에서 사라진 15일, 그리고 광해군 8년 2월 28일에 기록된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르다”를 근거로 작가가 광해군 8년 중 15일을 상상해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른 바 ‘팩션(faction) 사극’이다. 작가는 바로 이 15일을 폭군 광해가 개혁군주로 변화된 역사적 계기로 설정하면서 역사기록에는 없는 천민 광대 ‘하선’을 등장시켰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광해군과 외모만 똑같은 것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와 몸짓까지 흉내를 잘 내던 광대 하선은 암살의 위협 속에 살던 광해군이 갑자기 혼절하면서 실제로 왕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도승지 허균의 지시에 따라 광해군의 흉내만 내던 하선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마침내 ‘가짜 광해군’ 하선은 광해군의 이전 폭군 이미지를 일소(一掃)하고 광해군의 이미지를 상식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왕으로 바꾼다. 갑자기 달라진 광해군의 모습을 보며 궁정은 술렁이고,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그 동안의 일을 알게 된 ‘진짜 광해군’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개혁군주로 변모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하선이 광해군을 대행하는 행위를 현대적으로 이해하면 일종의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아웃소싱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의 내부 프로젝트나 제품의 생산, 유통, 용역 등을 외부의 제3자에게 위탁, 처리하는 것, 즉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외부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은 아웃소싱을 통하여 인원 절감, 생산성 향상, 타 기업들과의 정보 네트워크 형성 등의 이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 현대 글로벌 사회에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들도 아웃소싱을 통해 사역의 객관화, 전문화 그리고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여기에서 교회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원래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제3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문제가 더 정확하게 보인다. 또한 날마다 전문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내겠다는 것은 진정한 용기라기보다는 어리석은 만용(蠻勇)일 것이다. 교회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함으로써 사회 각계각층에 축적된 지혜와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고 거꾸로 교회가 가진 복음을 사회 곳곳에 깊숙이 보급할 수도 있게 된다.
만일 ‘하선’이 실존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조선의 왕과 백성들은 서로를 이전보다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국가의 문제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게 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대한민국 국민들과 소통하는 길은 교회 밖의 ‘하선’들을 기꺼이 맞아들이는 것이다.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