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일자리 급조보다 혁신적인 기업 늘리는 게 급선무”

입력 2012-09-18 19:36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대표적인 ‘지한파’ 석학인 기 소르망(68) 파리정치대학 교수가 18일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가장 우선순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담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르망 교수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과 삼성전자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그래도 세계경제의 미래는 밝다’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복지제도 논의가) ‘경제민주화’라는 굉장히 애매한 개념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는 결국 부의 재분배를 의미한다”며 “복지제도 확충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정의를 더 높은 수준으로 실현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관심을 보이며 “문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혁신적인 기업의 수를 늘리고 지원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정부가 개입해 억지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의미도 없다”고 설명했다.

소르망 교수는 한 참석자가 독도 문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중국과 북한을 ‘예측할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하고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일본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독도 문제를 넘어서서 한·일 관계를 바라봤으면 한다”며 “두 나라는 안보와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이익이 부합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 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궁극적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돼 성장 궤도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성장 저해 요소는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적 요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한국이 집중해야 할 문제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부족, 복지제도 정비,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이주·이민정책 재점검, 국가 안보 등 4가지로, 차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