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시위 아시아로… 카불 자살폭탄 테러
입력 2012-09-18 19:15
이슬람 모독 영화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아시아권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무슬림들의 분노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로까지 이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카불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폭발로 외국인 9명과 아프간인 2명이 숨졌다. 희생된 외국인들은 카불 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국제택배회사 소속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현지 경찰을 인용해 테러범이 외국인들이 탄 미니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에 이어 아프간 제2의 무장단체인 ‘헤즈비 이슬라미 아프가니스탄’(HIA)은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반이슬람 영화에 복수하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HIA 대변인 주바이르 시디키는 “여성 한 명을 보내 테러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수도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슬람 근본주의자 500여명은 17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문제 영화의 제작자를 사형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대부분 이슬람 과격단체 소속인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며, 일부는 시위를 취재하는 서방 기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한편 독일과 러시아 등 유럽 국가들도 이슬람 모독 영화의 상영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공공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에 영화 상영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서방의 지도자들은 중대한 범죄의 공범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면서 서방국가들에 영화 접근 차단조치를 촉구했다.
구글은 유튜브에서 영화를 삭제하라는 미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채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만 해당 영화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일부 이슬람 국가들이 영화 제작자를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밝혀 문제의 영화를 둘러싼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무함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제1부통령은 “이란 정부는 전 세계 15억 무슬림을 모독한 이 영화 제작자를 끝까지 추적해 죄를 물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영화 제작자로 지목된 이스라엘계 미국인 나쿨라는 지난 14일 거주지인 미 캘리포니아 세리토스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30여분간 조사를 받은 뒤 행방을 감춘 상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