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심던 스타감독 떠나고… 야구장엔 ‘오직승리’만 남는가
입력 2012-09-18 19:18
프로야구계에서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0년대 김응용 해태 감독을 제외하면 감독 재임 기간이 평균 1년6개월에 불과해 이 말의 뿌리가 만만치 않게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프로야구가 출범 30주년을 맞았지만 이 우스갯소리가 나온 서글픈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대화 감독에 이어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면서 2010년 시즌과 같은 곳에서 그대로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두 시즌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물갈이 된 것이다. 게다가 감독 8명 가운데 로이스터 전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중도 하차했다. 그리고 해임된 김성근 감독과 계약 해지된 김시진 감독을 빼면 5명은 자진사퇴를 했다. 하지만 이들이 자진사퇴로 물러났다고 믿는 야구팬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구단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감독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구단들의 성적 지상주의가 가장 크다. 최근 감독을 경질한 한화와 넥센이 대표적이다. 야구계에서는 만년 하위인 두 팀의 전력이 올해 거두고 있는 순위에 걸맞다고 생각하지만 구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화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김태균, 송신영, 박찬호를 데려오면서 4강 진입을 외쳤다. 하지만 스타 선수 2∼3명을 충원하는 것으로 전력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야구계는 그동안 2군을 육성하지 않아온 한화의 시스템을 지금 하위권의 최대 원인으로 꼽고 있다.
넥센 역시 ‘선수 장사’한다는 비판을 받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택근과 김병현을 데려오는 투자를 했다. 넥센은 올 전반기엔 1위까지 올라가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중반 이후 주전들의 부상과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내며 6위까지 떨어졌다. 야구팬들은 김시진 감독의 지도 아래 넥센의 리빌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내년을 기대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한편 두 팀의 수장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벌써부터 새로운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두 팀의 사령탑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조범현 KBO 육성위원장이다. 2003년 SK에서 감독으로 입봉한 조 위원장은 부임 첫해 SK를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려놓는 등 2006년까지 팀의 기반을 닦았다. 또 2008년 KIA에 와서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및 2010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두 팀 모두 내부 승격의 가능성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