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가…“빈곤층 걱정은 내 일 아냐”…롬니 발언 파장

입력 2012-09-18 23:35

미국 대선이 약 7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미국인 절반을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정부에 의존하는 사람들”로 폄하하면서 “이들을 걱정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고 발언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영상은 리비아 대사 피습·사망에 대한 롬니 후보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공화당 내에서 향후 대선 전략과 롬니 후보의 ‘미적지근’했던 전당대회 연설 책임을 둘러싸고 자중지란까지 벌어지는 최악의 시점에 터져 나왔다. 더욱 커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구사하려던 새 대선 전략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위기에 처했다.

17일(현지시간) 진보적 성향 잡지인 ‘마더존스’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롬니 후보는 지난 5월 17일 미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에서 30여명의 공화당 거액 기부자들이 모인 비공개 선거자금 모집행사에 참석했다.

이 동영상 속에서 롬니는 “47%의 미국인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에 의존하면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투표할 이 사람들에게 (나는) 지지를 호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돌보아줘야 한다고 믿으며 건강보험, 음식, 주택 등을 얻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인생을 돌보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즉각 오바마 캠프는 “미국인 절반을 정부에 의존하고, 개인의 책임을 다하기 꺼리는 사람으로 모욕했다”며 롬니 후보를 비난했다. 동영상은 이 모임 참석자가 촬영해 익명으로 마더존스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자 롬니 후보는 이날 밤 10시 황급히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내가 우아하게 말하진 않았다”면서도 “그동안 공개 석상에서 정부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이런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고 발언의 요지를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롬니 캠프의 참모들이 후보 수락 연설문을 놓고 불협화음을 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스튜어트 스티븐스 수석전략가를 비롯한 롬니 캠프의 참모들이 연설 직전까지도 준비된 몇몇 연설문을 놓고 최종 정리를 하지 못하면서 결국 연설문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대한 발언이 빠졌다고 보도했다. 캠프 내 자중지란까지 겹치면서 공화당 내에서 대선 전략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10개 경합주 가운데 9개 주에서 지지율 우위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승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