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 ‘엄살’ 떨어도… 은행 2012년 순익 9조

입력 2012-09-18 22:02


미국의 월가 점령시위 등을 통해 ‘탐욕’의 대명사로 지적됐던 금융회사들의 올해 순이익이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불황 여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사회공헌활동을 다소 늘린 것 등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회사들은 당장 경영 악화를 호소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여전히 고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과 서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동안 ‘갑(甲)’ 의 입장에서 행사했던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문턱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1조8000억원의 76% 수준인 9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순이익은 2008년 7조7000억원에서 2009년 6조9000억원, 2010년 9조3000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기록해왔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이 급감할 것이 확실시 된다”면서 “모든 은행이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건설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은 평균 이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부실 채권 증가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은 서민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서민상품을 개발하고 더욱 사회공헌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고객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무분별하게 폐지해온 카드업계도 예상외로 많은 순익을 내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카드업계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41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338억원)보다 무려 123%나 급증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매각 이익 7092억원과 신한카드의 비자카드 주식매각 이익 989억원 등 일회성 이익이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제외한 순이익도 60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등 부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폐지하고 있으며 제휴 서비스가 많았던 카드는 아예 없애고 있다. 카드사 수익 구조 개편으로 인한 피해를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강한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고객 서비스는 대거 정리한다는 게 카드사들의 기본 방침”이라며 “과거에 지나치게 많이 제공했던 부가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