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무원들, 4000명 위장전입 주도… “교부세 더 타내자” 인구 늘리기 ‘꼼수’
입력 2012-09-18 22:10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위장전입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4개 군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민·군인들과 공모해 4000여명의 위장전입을 주도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사건을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에 이첩했다고 18일 밝혔다.
경남 하동군은 인구 유입을 장려하기 위해 2011년 전입세대당 약 41만원꼴, 총 2억62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권익위는 그러나 같은 해 7∼9월 전입한 3092명 가운데 2324명(75.2%)은 전입 후 3∼5개월 뒤 원래 주소지로 다시 옮겼다며 하동군이 위장전입을 주도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담당 공무원은 위장전입 비리가 신고되자 묵인해 달라며 신고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전북 진안군 공무원들은 전국 각 지역에 거주하던 이들을 대신해 자신들이 직접 전입신고서를 작성했고, 공무원들의 주소지로 전입시켰다. 하지만 2011년 12월 진안군 3개면에서 한 달간 증가한 인구 431명 중 71%인 306명은 실제 거주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양구군은 군인들을 동원했다. 군내 3개면에서 2011년 2∼4월 사이에 증가한 인구 346명 중 96.2%인 333명은 군인이었다. 공무원들은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 영내에 기거하는 군인들의 주민등록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 괴산군에서도 공무원을 포함한 60여명이 관공서와 마을 이장 집, 식당 등으로 위장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이 위장전입에 나선 이유는 인구 1인 증가 때마다 지방교부세가 약 100만원 늘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 행정조직이 축소되고, 선거구 획정에서도 불리해진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주민·군인들 역시 지원금 수령에 혹해 위장전입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장전입을 관행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셈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자체의 위장전입 사례는 4곳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불법적인 위장전입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