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굴착기에 짓밟힌 ‘공권력’
입력 2012-09-18 22:11
만취한 중장비 기사가 한밤중에 굴착기를 몰고 경찰서 지구대로 돌진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다리에 실탄을 맞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관들이 다치고 지구대 건물과 순찰차량이 크게 파손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공권력이 얼마나 실추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18일 주차단속과 경찰 조사에 앙심을 품고 술을 마신 뒤 자신의 굴착기를 운전해 경찰 지구대 건물과 순찰차를 파손시킨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황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17일 오후 10시5분 진주시 상대동 상대지구대에 굴착기를 몰고 돌진했다. 당시 파출소 앞에 주차된 순찰차는 굴착기에 밟혀 찌그러졌다. 그는 굴착기에 장착된 대형 집게로 순찰차를 집어 지구대 벽면에 여러 차례 내동댕이쳤다. 순찰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부서졌고, 순찰차와 부딪친 파출소 간판과 벽면도 훼손됐다.
당시 지구대에는 경찰관 6명이 근무 중이었다. 황씨는 경찰관들이 발사한 테이저건(전기총)을 두 차례나 맞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지하는 경찰관들을 굴착기로 위협하고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등 계속 난동을 피웠다. 40여분간 지구대 현관문, 지구대 옆 가로등, 가로수, 입간판에도 굴착기 집게를 마구 휘둘렀다.
황씨의 난동은 경찰이 발사한 총탄을 맞고서야 끝났다. 인근 파출소에서 지원 나온 권모(42) 경사는 황씨에게 권총 실탄 3발을 발사했다. 한 발은 황씨 허벅지에, 나머지 두 발이 굴착기 운전석에 맞았다.
황씨는 진주 경상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난동 후 2시간이 지나 측정한 황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9%로 나타났다. 앞서 황씨는 오후 3시30분쯤 “내 차는 불법주차 단속을 당했는데 다른 차들은 왜 단속하지 않느냐”며 진주시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주차단속원과 청원경찰을 폭행하고 물어뜯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고 풀려났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도 음주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파출소로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평도 주민 우모(50·노동)씨는 이날 오전 9시쯤 연평면 소재 연평파출소에 부인 소유 갤로퍼 차량을 몰고 돌진해 파출소 1층 출입문 유리창과 정수기 1대를 파손시켰다.
우씨는 지난 5월 26일 연평도 내에서 갤로퍼 차량을 운전하던 부인이 접촉사고를 내자 음주 상태인데도 운전대를 넘겨받아 운전을 했다. 그러나 주민의 신고로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벌금 500만원이 통지되자 홧김에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진주=이영재 기자,인천=정창교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