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장비 납품비리 경찰수사 논란
입력 2012-09-18 11:17
조석준(사진)기상청장이 기상장비 납품 비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기상청 실무자가 입찰에 떨어진 A업체에 유리하게 입찰을 진행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이 18일 국회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게 보고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상청 실무자들은 기상관측장비인 라이다(LIDAR)가 고장이 잦은 사실을 알고도 이 장비의 구매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은 2010년 국정감사에서 공항 난기류 탐지장비 확충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라이다’ 3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2011년 예산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라이다는 잦은 고장으로 소모품 교체주기가 빨라 일부 장비는 1년 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조 청장이 부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작성된 내부 문건에는 ‘라이다 장비 수를 3대에서 2대로 줄이고 주요 예비품을 확보해야 한다’ ‘제작사 부품 조정 및 수리에 6개월 이상 소요’라고 적혀 있었다. 일본 라이다 장비가 고장이 잦다는 내용의 문서도 첨부됐다.
그럼에도 기상청 실무자들은 이 장비 구매를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A사에 유리한 쪽으로 보고서를 올렸다. 지난해 3월 조 청장 부임 당시 실무자들은 ‘라이다 도입사업 현안보고’에서 “세계 주요 공항에서 현업 운영되고 있는 제작사는 미국 록히드마틴사”라며 “계약 업체 선정을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록히드마틴사 제품은 A업체가 공급하는 제품으로 탐지거리가 15㎞에 달한다. 이 과정을 거쳐 기상산업진흥원은 지난해 6월 록히드마틴사 제품이 사업에 적합하다는 내용의 ‘단일규격 사유서’를 조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조달청은 입찰이 불공정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조 청장은 지난해 4월 라이다를 3대에서 2대로 줄인 이유와 장비의 최대 탐지 반경을 10㎞로 할지, 15㎞로 할지를 명확히 하라고 실무자에게 지시했다. 이때 당시 담당 과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9.45㎞가 나왔고, 이를 근거로 탐지 반경을 10㎞로 하는 것이 맞다”고 조 청장에게 보고했다. 결국 라이다 구매 사업은 A업체와 B업체간 경쟁입찰을 통해 48억원을 써낸 B업체가 64억원을 제시한 A업체를 제치고 지난해 12월 입찰을 따냈다.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인 부분은 조 청장이 지난 6월 선진화 포럼에서 장비의 관측거리를 15㎞에서 10㎞로 변경하라고 압력을 가해 취임 전 자신이 예보센터장으로 있던 B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이다. B업체 관계자는 “조 청장이 입찰에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경찰이 한쪽 말만 듣고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