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예장통합 신임 총회장 손달익 목사] “교회 역할 강화해 신뢰·도덕성 되찾겠다”

입력 2012-09-18 21:37


‘그리스도인, 작은이들의 벗’.

예장통합 총회가 향후 1년 동안 목표로 삼은 캐치프레이즈다. 크리스천이라면 힘없고 약한 자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게 마땅한 일인데, 표어로 삼아야 할 만큼 한국 교회가 변질된 걸까.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교회를 바라보며 기대를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가 물질주의에 휩쓸리면서 본래 있어야 할 자리를 조금 벗어난 게 아닌가 싶어요. 본래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자는 마음에서 이번 총회 주제로 삼은 겁니다.”

지난 17일 예장통합총회 수장으로 취임한 손달익(57·서문교회) 신임 총회장의 고백이다. 손 총회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사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재의 심경과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날 취임사에서 “(총회장직이) 지극히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제게는 견디기 힘든 중압감으로 다가온다”며 무거운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손 총회장은 총회 주제인 ‘작은이들의 벗’이 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곧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내달 중순부터 서울과 부산, 광주를 순회하면서 이번 총회 주제를 전국의 목회자들이 목회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손 총회장은 현재 교단과 한국교회가 처한 주요 현안과 과제에 대해 ‘조삼모사’식 해법을 경계했다. 1년밖에 안 되는 총회장 임기의 가능성과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이런 손 총회장의 스타일은 지난해 부총회장 선거 때 내놓은 공약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당시 “총회 장기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공약했다.

“총회장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눈에 보이는 이벤트에 집중하다 보면 총회가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통해 새로운 총회 어젠다 개발과 새로운 선교 전략의 밑그림 작업을 차근차근 해 나가겠습니다.”

최근 통합 교단의 전체 교인 수가 처음으로 감소한 데 대해서도 근본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아마 전체 교인의 실제 감소 현상은 더 심각할 겁니다. 하지만 대책 마련을 한답시고 ‘당장 어떻게 해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기독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역할을 재발견하는 일, 사회 여러 현안에 대한 교회 역할을 제고하면서 신뢰성과 도덕성을 되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밖에 올 연말 치러지는 대선에 대해 손 총회장은 “교회가 후보 세력에 소속되거나 지지할 수는 없다”면서 “교회가 제안하는 여러 정책들을 각 정당이 잘 수행해 기독교적 가치, 정신들이 국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한 선교와 관련해서는 “북한 선교가 지나치게 정치적 기상도에 좌우되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남북한 민간 교류의 중심으로 남북 교회 교류가 보장되고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총회장은 지난해 부총회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300명을 만났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 언론인 등과 접하며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혔다. 이같은 소통은 손 총회장에게 적지 않은 깨달음을 선물해준 듯했다.

“일반사회가 우리 교회를 정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도 사회를 많이 정죄했습니다. 한국교회는 기독교 ‘안티’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참고하겠지만 가장 큰 원칙은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교회와 총회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손 신임 총회장은 영남신학대와 장신대 신대원을 마쳤다. 예장통합총회 서기와 평양노회장, 찬송가공회대책위원장, 세계개혁교회연맹 동북아협의회장, 필리핀 아시아태평양장로회 신학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 서울 서문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