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4년, 한국 경제 성적표…CDS프리미엄 中·日 보다 낮아, 가계빚은 ‘시한폭탄’

입력 2012-09-18 19:04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이 흘렀다. 이명박 정부 동안 한국 경제가 받아든 현재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국가부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는 등 금융경제(Monetary Economy) 과목은 일단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하향 조정된 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실물경제(Real Economy) 과목은 ‘불합격’에 가깝다.

◇금융경제 ‘합격’=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가·환율을 비롯해 한국 경제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3대 지수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외평채가산금리(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 채권의 수익률), 변동성지수 등은 모두 금융위기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17일 현재 69bp(1bp=0.01% 포인트)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 699bp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현재 중국·일본보다 낮아진 상태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주가 상승률은 미국 등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국과 비교할 때 러시아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10월 24일 938.75로 저점을 기록했지만 이날 2004.96으로 뛰어올랐다.

그 외 지표들도 금융경제의 회복세를 증명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008년 말 한때 코스피지수보다 높았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00원대로 안정된 상태다. 대외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떨어지는 외평채가산금리가 낮아졌고, 시황 변동의 위험을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도 안정됐다.

◇실물경제 ‘불합격’=위험지표의 정상화는 우리나라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 빚을 제때 받을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이후 금융시장의 회복세가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못해서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5%로 낮추면서 2%대 성장은 기정사실화됐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 중반 정도로 내려 잡았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금융위기를 불렀던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말 723조5000억원이었던 가계부채(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수치)는 올해 2분기 말 922조원으로 치솟았다.

◇금융과 실물경제 차이는 왜?=개선된 금융지표들이 실물경제에서 체감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중에 풀린 돈이 금융시장만 맴돌 뿐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호전을 실물쪽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한 측면도 있다.

장민 금융위원회 자문관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특성 때문에 국내 기업의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