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담배상자에 현금담아 홍사덕 선거사무실서 건네”

입력 2012-09-18 18:52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 자금 공여자로 지목된 경남 지역 기업가 진모(55)씨가 중국산 담배 상자에 현금 5000만원을 넣어 홍 전 의원 측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는 “완전 날조된 제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검찰과 선관위 등에 따르면 제보자인 진씨 운전기사 고모씨는 “(4·11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진씨 지시를 받고 서울 종로에 출마했던 홍 전 의원 선거사무실을 찾아 홍 전 의원 측 인사에게 5만원짜리 지폐로 총 5000만원을 건넸다. 돈은 진씨가 중국에서 사온 선물용 담배 상자에 담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고씨는 상자에 돈이 들어간 모습, 홍 전 의원 사무실 전경 등 전달 과정을 찍은 사진 수십 장도 선관위에 제출했다.

진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돈이 전달된 날로 지목된 3월 26일) 막 중국에 다녀온 터라 홍 전 의원 사무실에 중국 담배 한 보루와 차(茶) 선물세트 2개를 들고 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홍 전 의원에게 돈이 건네진 시점이 ‘3월 26일’이 아니라 그 며칠 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돈이 건네진 당일 진씨가 홍 전 의원과 전화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이와 함께 지난해 추석과 올 설에 자신이 직접 한우 선물세트에 5만원권 한 묶음(500만원)씩을 넣은 뒤 택배로 홍 전 의원 자택에 보냈다며 역시 운송장 등 증거 사진을 제출했다.

그러나 진씨는 “고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5000만원의 경우 홍 전 의원에게 전할 담배와 차를 쇼핑백에 넣어 가던 중 동석자와 돈 얘기를 나눴는데, 고씨가 이 대화를 잘못 알아듣고 쇼핑백에 돈이 든 것으로 미뤄 짐작했다는 것이다. 진씨는 또 “통상 명절에는 지역 축협에 한우세트 30∼50개를 주문해 우체국 택배를 통해 부치는데 홍 전 의원에게 배달된 것은 고씨가 따로 빼돌려 돈이 든 것처럼 조작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선관위가 검찰에 넘긴 기록에는 진씨가 합천 지역 고위 공무원에게 500만원 상당의 고급 양주를 선물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목된 공무원은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협박하기에 고발하라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고발장 내용을 검토하고, 수사 계획을 세우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속전속결’로 진행하되 제보자와 피고발인 측 주장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에 우선 고발 내용의 진위를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고씨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전웅빈 정현수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