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金보유 신기록 금융위기 와도 ‘든든’

입력 2012-09-18 18:49


한국전쟁 당시 괴나리봇짐에 싸서 금괴를 옮겼던 한국은행이 올해 금 보유량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2.5t 트럭 29대 분량(총 70.4t)의 금은 현재는 모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에 보관하고 있다. 영국은 금 현물거래가 가장 활발해 금 관련 금융거래에 용이하다.

18일 세계금위원회(WCG)에 따르면 한국의 금 보유량은 조사대상 100개국 가운데 40위를 차지했다. 한은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달러화 입지가 흔들리자 1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40t을 사들였다. 이어 지난 7월에도 16t을 매입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4.4t을 합치면 모두 70.4t이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29억8000만 달러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3168억8000만 달러)의 0.9% 수준으로 전년(0.4%)보다 배 이상 비중이 높아졌다.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3차례 금을 매입한 것을 제외하면 한국의 ‘금 보유’ 역사는 눈물겹다. 1950년대에 한은은 다소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직원들이 직접 금을 들고 피난을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60년대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일부 매입하기도 했고, 97년 외환위기 당시 전국적인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았던 물량 가운데 수출하지 않은 금도 일부 남아 있다. 다만 전쟁 여파로 기록이 정확히 남아있지 않은데다 중앙은행의 금 보유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경우 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한은은 전체 보유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은이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금괴는 순도 99.5%에 무게는 400트로이온스(12.5㎏) 규격을 따른다. 금은 무수익 자산이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에 따라 일부 수량은 외부에 대여해 약간의 수익을 얻고 있다. 수익률은 국제 단기금리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 터키, 멕시코 등 15개국은 금 매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잇따른 양적완화로 금값 상승이 예상된다.

국가·국제기구별 공식 금 보유량은 미국이 8133.5t으로 가장 많다. 이어 독일 3395.5t, 국제통화기금(IMF) 2814t, 이탈리아 2451.8t, 프랑스 2435.4t, 중국 154.1t 등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