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전격 탈당… 새누리 ‘朴개인기’ 의존하다 휘청

입력 2012-09-18 22:18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야권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출에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반격에 나선 반면 계속되는 악재에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다.

◇홍사덕, 자진 탈당했지만 연이은 측근비리 의혹 파장 커=박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 전 의원은 18일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자진 탈당했다.

그는 친필로 쓴 성명서를 통해 “검찰이 현재의 상황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 수사를 끝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후보와는 사전 논의가 없었으며 친박계 인사들은 홍 전 의원을 만류했으나 본인이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자기희생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후보는 가천대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용은 잘 모르겠고, 탈당을 하셨다는데 (본인이) 생각해서 결정하신 것 같고, 조속하게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이 서둘러 탈당을 했지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그마저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친박계’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깨끗한 정치를 강조해 온 박 후보의 이미지도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데다 박 후보의 주변 관리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악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후보 개인기 의존하다 후보 흔들리니 당도 휘청=그동안 박 후보는 4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유력 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당 안팎에선 “후보가 제일 잘한다”는 식으로 박 후보의 개인기에 의존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발언 이후 박 후보 스스로도 페이스 회복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 안팎에서는 “과거사 인식에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바람 섞인 발언들을 내놨지만 정작 박 후보 입장엔 큰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일표 대변인이 사태 수습용으로 ‘사과’ 논평을 냈다가 뒤집힌 소동 이후 당내에선 오히려 박 후보의 역사관을 두둔하는 발언들을 내놓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후보가 삐끗한 만큼 당이 중심을 잡고 사태 수습을 해야 하지만 지도부는 후보 입만 바라보고 있다. 한 의원은 “대선을 치르는 집권여당에서 대표나 사무총장의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했다.

핵심 당직자는 “후보가 누구 말도 듣지 않는데 누가 나서서 말을 하겠느냐”며 “결국 후보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물론 지도부의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면서 “새누리당 의원 중 정권재창출을 위해 열심히 뛰는 의원이 20명도 채 안 될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늘고 있다. 박 후보가 이재오 의원이나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 진영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박 후보의 독주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당내 다른 목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당이 나서서 경제민주화와 역사관 논란을 정리하자고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개혁 성향 재선 의원은 “뜻이 같은 사람이 몇 명 있긴 하지만 규모가 20명 정도는 돼야 흐름을 탈 텐데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