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출’ 막 해주던 대부업체들 이제… 금감원, 사실상 ‘봉쇄’

입력 2012-09-18 22:26

고시 합격의 꿈을 안고 지난해 서울 신림동에 자리를 잡은 대학생 김영욱(26)씨는 9개월 전부터 공부 대신 닥치는 대로 돈을 벌고 있다. 생활비 걱정 없이 고시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대부업체에서 연 36% 이자율에 100만원을 빌리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제때 대출금을 갚지 못한 김씨는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로 겨우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있었다. 빚 독촉에 오랫동안 시달리다 친구들에게 돈을 꿔 해결하기도 했다. 김씨는 “손쉽게 대부업체에 손을 벌렸다가 고금리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김씨처럼 ‘빚의 덫’에 걸리는 대학생이 사라지게 된다. 대부업체가 대학생에게 대출을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대부업체의 대학생 대출에 대해 300만원이 넘을 경우 사실상 금지시키고, 300만원 이하도 소득능력 확인과 보호자 보증 등 강화된 심사과정을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대부업체 이용은 경제력이 없으면서 고금리 빚을 지는 탓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그동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부업체에 대한 영업 허가권을 갖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대부금융협회에 이런 내용의 지도를 요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금감원은 공문과 업무 참고자료에서 “대학생에게 300만원 초과 대출 시 ‘객관적인 변제능력을 초과하는’ 대부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학생에게 300만원 초과 금액은 객관적인 변제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사실상 300만원 초과 대출을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300만원 이하 금액을 빌려줄 때에도 가급적 보호자의 보증을 얻도록 해 무분별한 대출을 못하도록 했다. 대출 금액과 관계없이 대학생의 대출 상환능력도 파악토록 지도했다. 대부중개업체에 대해서도 대학생 대출의 중개를 자제토록 지시했다. 대학생의 대부업체 이용을 사실상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이 개인 신용대출을 주로 하는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 28곳의 대학생 대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대출잔액은 341억6400만원, 대출 건수는 1만6798건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 다단계업체가 대학생을 유인해 수당 명목으로 대부업체에서 고금리의 빚을 지게 해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발생했다. 금감원은 “법적으로 대부업체의 대학생 대출을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득이 없는 대학생의 객관적인 변제능력을 확인하고 대출을 하라고 한 것은 대학생들이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금융당국의 완곡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