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은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닌데…” KBS1 수요기획 ‘70세의 쇼크, 7만 시간의 공포’
입력 2012-09-18 17:59
수요기획 ‘70세의 쇼크, 7만 시간의 공포’(KBS1·19일 밤 11시40분)
‘너희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올 상반기,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유명세를 치른 박범신 소설 ‘은교’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문구는 노년의 서글픔을 절절하게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방송은 마치 ‘잘못으로 받은 벌’처럼 여겨지는 우리사회 ‘늙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0.7%에 달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인 문제에 소홀하다. 프로그램 소제목 중 ‘7만 시간의 공포’의 ‘7만 시간’은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뜻한다.
카메라는 자신의 노년을 ‘잉여의 삶’이라 여기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예컨대 이응수(70)씨는 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유는 어디를 가든 자신을 반겨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15년 전 명예퇴직을 당한 뒤 퇴직자 모임에도 나가고 책을 쓸 구상도 해봤지만 마음 의지할 곳을 못 찾고 있다. “버스를 타도 젊은 사람들이 내 옆에는 앉지 않더라고요. (기분이) 참 묘하데요.”
제작진은 “지난 10년 동안 노인범죄는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이 중 강력범죄 증가율은 세 배 이상 늘었다”며 “점점 젊어지는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한 노인들이 가족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범죄로 표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