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문재인 후보의 반쪽 참배

입력 2012-09-18 18:30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선거 후보가 17일 국립 서울현충원 참배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자신도 박 전 대통령의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면서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요구했다. 그래야 국민통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제1야당 후보의 발걸음은 신중하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를 찾지 않았다고 무작정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압도적 지지로 자신을 밀어준 세력이 두 전직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대학 시절 유신 반대 시위로 투옥된 피해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건곤일척(乾坤一擲)을 앞두고 적장의 아버지 무덤 앞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 것이다.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상대해야 할 안철수 교수와의 선명성 경쟁도 고려했을 법하다. 전쟁에 비유되는 대선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리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한 결기에 찬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선 후보 문재인의 첫 모습치고는 다소 실망스럽다. 정치 입문이 채 1년도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그가 국민통합이 뭔지는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그동안 적대적 경쟁 문화를 상생과 통합의 문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독재 권력을 휘둘렀지만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는 점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으로만 상생을 외친 모양새라 통 큰 모습은 아니었다.

박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자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추켜세우고서는 정작 본인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또 문 후보야 두 전직 대통령을 잘못된 지도자로 혹평할 수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도 적지 않은데 구태여 참배를 외면해 편향된 역사관을 가졌다는 오해를 불러 올 필요가 있었을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우리나라를 이끌게 될 경우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누가 뭐래도 문 후보는 국정을 망쳐 스스로를 폐족으로 칭했던 친노 세력의 주역이다. 친노세력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처한다면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한다. 용광로 같은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호언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의 후보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곧 대선 승리의 길도 될 것이라 믿는다. 언제까지 과거의 원한에 파묻혀 살 것인지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