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번째 50년 만에 최다… 제주 진달래밭 845㎜ 기록적 폭우
입력 2012-09-18 00:36
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17일 오전 11시 경남 남해에 상륙한 뒤 통영을 거쳐 이날 밤 동해로 빠져나갔다.
산바의 영향으로 전국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던 일부 영남 내륙 지방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제주 산간에는 진달래밭 844.5㎜, 윗세오름 814.5㎜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거창(256㎜) 포항(239㎜) 여수(230.7㎜)에도 물폭탄이 떨어졌다. 전남 여수 삼산면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는 순간 풍속 초속 43.9븖의 강풍이 측정됐다. 이번 태풍은 카눈, 볼라벤, 덴빈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한반도를 거쳐 간 태풍으로 기록됐다. 한 해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962년 이후 50년 만이다. 올해 발생한 태풍은 산바까지 모두 16개로 평년과 비슷한데도 우리나라에 대거 상륙한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유난히 강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를 타고 도는 태풍의 특성상 올해 우리나라에 유난히 태풍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4시 기준 산바는 17일 남해안에 상륙해 오후에는 서울 남남동쪽 약 220㎞ 부근으로 접근, 내륙 지방을 관통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예상 진로보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영남 내륙 지방을 지나간 탓에 중부 지방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륙 고기압이 확장한 탓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쪽으로 수축했다”며 “산바가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하다가 동쪽으로 치우쳤다”고 설명했다.
태풍 산바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성산고분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조립식 주택을 덮쳤다. 이 사고로 이영숙(49·여)씨가 매몰돼 오후 3시쯤 소방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오후 8시 현재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며, 50만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남북에서는 주택 6동이 파손됐고, 전남·제주까지 포함해 주택과 상가 478동이 침수돼 140가구 25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남과 경북에서 농경지 483ha가 침수 피해를 봤고, 비닐하우스 52동이 무너졌다.
동해와 포항 완도 목포 태안 등지로 연결되는 96개 항로의 여객선 172척이 통제됐고, 항공기도 제주 등 국내선 258편과 인천·김해발 국제선 73편이 결항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