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서 강도 피의자가 사라졌는데… 16㎝ 배식구로 ‘황당한 도주’
입력 2012-09-17 21:02
방범비상령 기간 중 대구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강도 피의자가 경찰의 감시 소홀을 틈타 도주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찰서에서는 올해 피의자 탈주 사건이 두 번째며, 올해 대구에서 이 같은 사건은 세 번째여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17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강도상해 혐의로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최갑복(50)씨가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도망쳤다. 당시 유치장에는 8명이 유치돼 있었다.
최씨는 다른 유치인 2명과 유치장 3호실에 수감돼 있었지만 아무도 최씨의 도주를 알지 못했다. 유치장 안 근무 경찰관 2명은 당시 잠이 들었던 것으로 경찰 감찰팀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도주 사실을 2시간이 뒤인 오전 7시35분에야 확인하고 최씨를 공개수배했다. 최씨를 놓친 근무 경찰관들은 “제대로 근무를 섰다. 하지만 사각지대여서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장 안 CCTV에는 키 165㎝, 몸무게 52㎏인 최씨가 윗옷을 벗고 가로 45㎝, 세로 16㎝ 정도의 배식구를 통해 유치장 밖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최씨는 외부로 통하는 높이 2m 창문의 창살 틈(13.5㎝)에 매달려 탈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피의자가 작은 배식구를 통해 경찰에 들키지 않고 유치시설을 탈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경찰이 CCTV 비공개 방침을 세워 잘못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의 설명이 사실일 경우 전국 유치장 구조를 몽땅 바꿔야 할 판이다.
최씨는 강도는 물론 2008년 여중생을 성폭행해 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있어 탈주 후 추가 범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대구 서부경찰서에서는 지난 3일 강도 혐의로 연행된 10대 2명이 조사받던 중 달아났다가 4시간 만에 다시 붙잡혔다. 지난 3월에는 폭행 혐의로 대구 동부경찰서 한 지구대에 연행된 40대가 달아났다가 열흘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