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성범죄자 2200명인데… 관리 ‘구멍’
입력 2012-09-18 00:37
지난해 1월 최모(43)씨는 경기도 김포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의무자로 지정됐다. 최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강모씨에게 부탁해 지난해 10월 인천 강화군에 있는 강씨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주소지도 이곳으로 옮겨 신고했다. 범죄사실이 주위에 알려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벌인 일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마을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사실을 알아챈 강화군 주민들이 강씨를 찾아가 따졌다. 결국 강씨는 최씨를 해고했고 최씨는 지난 3월부터 원래 거주지인 김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최씨의 주소는 강화군으로 등록돼 있다. 주소를 옮긴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최씨가 바뀐 주소지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웃 주민 이모(57·여)씨는 “최씨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 주소지를 거쳐 갈 일이 있으면 먼 길로 돌아가곤 했는데 괜한 불안감을 안고 산 것 같아 억울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신상정보 등록대상 성범죄자가 ‘허위 주소’를 신고해도 확인하기 어려워 성범죄자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무부는 성범죄자의 거주지와 직장 근무 여부 등 신상정보를 6개월마다 확인토록 법개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등록된 2257명의 성범죄자 주소지를 6개월마다 확인하는 건 경찰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도 신상 정보를 제대로 등록하지 않은 성범죄자 5명이 적발되는 등 주소지를 속이는 성범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 성범죄자는 주소지나 직장 변경 시 30일 이내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신고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이들 성범죄자의 주소변경 여부 등을 일일이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관리 대상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경찰이 성범죄자가 등록된 거주지에서 실제 생활하는지, 수입이 있는지를 주변 탐문이나 운전면허 조회 등으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관리하는 성폭력 우범자 2만73명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중점관리 대상 우범자에 대해선 담당 경찰관이 최신 동향을 매월 한 차례씩 파악하고, 첩보수집 대상자는 3개월에 한 번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우범자를 직접 대면해 생활실태를 파악할 수는 없어 이 역시 겉돌고 있다.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자들의 실거주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주소지를 옮길 수 있다”며 “성범죄자에 대한 체계적 조사나 관리 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조직을 만들거나, 경찰에 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리는 등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