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리비아 ‘영사관 피습’ 시각차… 美 “사전모의 의문” 신중-리비아 “외국인 개입 계획된 범행”
입력 2012-09-18 00:38
미국과 리비아가 영사관 피습 사건에 대해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계획된 행위’라던 입장에서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 반면 리비아는 여전히 계획적 행위라고 강조하며 외부 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로 판단할 때 이번 사건은 사전 모의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대사는 “(항의 시위가) 중무장한 소수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됐고, 지금 리비아에서 무기를 구하기는 쉽다”고 덧붙였다. 사건 초기 ‘사건 계획설’을 제기했던 미 국무부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모하메드 알 마가리프 리비아 제헌의회 의장은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됐으며, 외국인들도 연루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마가리프 의장은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계획됐다”고 강조하며 “이런 범죄 행위를 꾸몄던 외국인과 리비아의 소수 동조자들이 이번 일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사관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기 사흘 전 벵가지 지역 군 관계자들이 미국 외교관들에게 치안 악화를 경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군 관리 자말 마브룩은 “지역 군 사령관들이 미국 외교관들과 만나 (외부의 투자를 유치하기에는) 치안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다”고 CNN에 말했다.
전 세계 무슬림들의 반미 시위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에도 파키스탄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등지의 미국 공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아프간 카불 인근 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경찰차가 불탔다. 파키스탄에서는 16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이슬람 강경 세력은 공개적으로 반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TV 연설에서 “영화 제작자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이 바로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못 박았다. 나스랄라는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미국 대사관에서 분노를 표출할 것을 촉구하며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들에게도 명예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