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도자 비밀주의’ 언제까지… 시진핑 잠적 소동

입력 2012-09-18 00:39

중국의 차기 권력 시진핑(習近平·59) 국가부주석이 2주일 만인 지난 15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향후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은 19일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만나고 21일부터는 광시장족자치구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고돼 있다.

하지만 중국 정계 내부의 권력투쟁설이나 시진핑의 심장병 등 건강이상설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진핑이 사라졌던 지난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게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시절 이래 지금까지 국가 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비롯한 사생활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 왔다. 마오쩌둥은 1965년 말부터 66년 중반까지 모습을 감췄다가 양쯔강을 헤엄쳐 건너 건재를 과시하면서 공식 석상에 복귀하기도 했다. 덩샤오핑(鄧小平)도 89년 6월 천안문 사태 당시 한 달간 사라졌다가 등장해 무력 진압을 주도했다. 덩샤오핑은 그 전에도 86년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3개월여 동안 잠적해 개혁·개방 반대 세력에 의해 실각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시진핑도 여전히 자신의 건강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대권 승계를 이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AP통신은 왕리쥔 충칭시 공안국장의 재판이 17일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최고지도부 물망에 오르내리던 앙뤼쥔을 일거에 몰락시킨 인물의 재판이지만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역시 중국 지도부의 비밀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앞으로도 지도자의 행보와 관련한 비공개 원칙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 세계 제2의 경제대국에 어울리느냐 하는 것이다. 한 서방 언론은 “중국은 그동안 경제는 발전해 왔지만 정치는 전혀 진화하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하버드 대학 중국 전문가 로더릭 맥파콰 교수는 “중국 당국이 오늘날 세계화된 강대국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