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골프여제’ 위풍당당 복귀… 신지애 4년만에 브리티시오픈 정상 탈환

입력 2012-09-17 18:30

강한 비바람 속에서도 신지애(24·미래에셋)는 흔들리지 않았다. 4라운드 초반 2타차로 쫓겼지만 매 홀마다 웃으면서 순간을 즐기려고 애썼다. 다른 선수들이 악천후에 휘둘릴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골프 여제’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렸다.

1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 링크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마지막 날. 악천후 탓에 3, 4라운드 총 36홀을 하루에 치르는 강행군 속에 신지애는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고, 4라운드에서 1타를 잃었지만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냈다. 2위 박인비(24)에 무려 9타 앞선 완벽한 승리. 이 대회에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였다.

1년10개월간 L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던 신지애는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데 이어 2주 연속 정상을 밟았다. 메이저 2승을 포함, LPGA 통산 10승째. 우승상금 41만8825달러를 받은 신지애는 상금랭킹에서도 톱 5에 올라 상금왕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신지애는 또 최저타수 부문 선두를 지켜 베어트로피 수상도 눈앞에 들어왔다.

신지애는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2008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 여자골프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신인이던 2009년 3승으로 다승1위, 상금왕, 신인왕 등 3관왕을 차지했던 그는 이듬해 16주간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달콤함도 맛봤다.

2011년 허리 부상에 시달렸던 신지애는 데뷔 후 처음 우승 없이 시즌을 마쳐야 했다. ‘어린나이에 모든 걸 이뤄 목표를 상실했다’, ‘투쟁심이 약해졌다’는 등 많은 수군거림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던 올해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5월 왼손바닥 부상을 수술하고 두달간 국내에서 재활에만 매달렸다. 부상을 떨친 그는 예전의 날카로운 샷을 되찾으면서 최저타수 선두에 올라 우승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마침내 지난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폴라 크리머(미국)와 1박2일간 연장전을 펼친 끝에 정상을 되찾았고 이날 우승으로 완벽한 여제의 재기를 알렸다.

이날 4타차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출발한 신지애에게도 위기는 한번 있었다. 마지막 4라운드 1번홀에서 앞선 조의 카리 웹(호주)이 더블보기, 신지애가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타수는 2타차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웹이 1∼3번홀에서 4타를 잃고 휘청대는 사이 신지애는 이후 파 행진을 거듭하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신지애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유소연(22·한화)은 공동 5위(3오버파),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과 최운정(22·볼빅)은 공동 10위(7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3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을 노렸던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공동 26위(11오버파)에 머물렀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