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참배 모습 비교해보니… 朴 ‘국민 대통합’-文 ‘사람이 먼저’ 방명록 글귀부터 달라

입력 2012-09-17 18:56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7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미 한 달 전 다녀간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선후보로서 첫날 일정을 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하지만 참배 방식에선 여러모로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문 후보는 윤후덕 비서실장과 진선미 대변인만 대동했다. 당 지도부는 물론 경선캠프 인사들도 동행하지 않았다. 거물 정치인이 현충탑에 헌화할 때 의원 수십 명이 뒤에 도열하곤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 후보가 후보 선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현충원을 찾았을 때는 이한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캠프 인사들이 대거 수행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기존 정치와 다른 새 정치를 만들려는 후보로서,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또 일반 병사들이 잠들어 있는 참전용사 묘역을 먼저 찾았다. 이후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만 들러 참배했다.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모두 참배한 박 후보와 차별화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냈다”며 반발했다. 최수영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후보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가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대한민국 건국 역사와 근대화 과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 아닌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가 이처럼 다른 행보를 보인 배경은 방명록에 남긴 글귀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겠습니다”라고 쓴 반면, 박 후보는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 받들어 국민 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남겼다. 문 후보가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일반 사병 묘소를 찾은 건 ‘사람이 먼저다’란 슬로건의 의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박 후보는 현충원 참배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함으로써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출마 관련 입장표명을 앞두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지난 14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대선 출마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야권의 지지 기반인 광주를 먼저 찾아 호남 지지층을 끌어안고 향후 단일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했다는 풀이도 나왔다.

김현길 김아진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