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文컨벤션효과’ 막으려 서둘러 회견… ‘단일화 1라운드’ 막올랐다

입력 2012-09-17 21:22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불붙게 됐다. 안 원장은 문재인 상임고문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출마 선언을 예고함으로써 향후 양자간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구세군 아트홀=기부천사 안철수(?)’=유민영 대변인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데 충실한 장소를 골랐다”며 “(안 원장 측에서는) 실무진 정도만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소 자체보다는 대국민 메시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향후 꾸려질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나 안 원장 지지자들이 대거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안 원장 측은 취재진과 일부 관계자 등 500명 안팎의 인원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 끝에 서울 충정로 ‘구세군 아트홀’을 선택했다. 장소 확보가 불투명해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9일 기자회견 여부는 미정이었다.

통상 대선 후보들은 정체성과 노선, 정책행보 등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출마선언 장소를 선정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쓴다. 민주화 운동을 한 문 후보는 서대문 독립공원을 택했고, 소통을 강조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

서둘러 섭외하긴 했지만 구세군 아트홀은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당초 요란스럽지 않은 ‘담백한 스타일’의 실내 기자회견장을 원했다. 특히 이곳은 종교를 떠나 대표적인 기부단체라는 점에서 ‘안철수=기부천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이 보유한 안랩 주식(약 1500억원 상당)을 출연해 ‘안철수 재단’을 설립했고 무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인 ‘V3’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다. 안 원장 측은 ‘안철수 테마주’ 등이 주식시장에 끼칠 영향을 의식한 듯 주식시장이 끝난 오후 3시26분쯤 기자회견 예고를 알렸다.

◇지지율 추이는 용호상박=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안 원장과 문 후보의 지지율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문 후보가 당 대선후보 순회 경선 13연승이라는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야권 단일화 양자대결 9월 둘째 주 주간집계에서 41.9%를 얻어 안 원장(36.9%)을 5% 포인트 앞섰다. 9월 첫째 주 주간집계에서는 안 원장이 40.0%의 지지율로 문 후보(37.4%)를 이겼으나 뒤집혔다. 7월부터 시작한 리얼미터의 야권 단일화 양자대결 주간집계에서 문 후보가 앞선 것은 처음이다. 또 한국갤럽이 같은 날 발표한 대선후보 다자 구도에서는 안 원장이 20%, 문 후보가 18%를 얻어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일주일 전 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25%, 문 후보가 15%로 격차가 10% 포인트였다. 때문에 안 원장이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문 후보에게 집중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기자회견을 예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소속인 안 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후보 결정과 같은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여세를 몰아 추석 연휴 전에 선거 캠프 구성을 발표하고 지난 14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방문과 같은 적극적인 대선 행보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