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복통 진단, 비싼 CT보다 초음파가 효자
입력 2012-09-17 18:04
급성 복통의 원인을 밝히는데 초음파 검사가 일반 CT 검사보다 훨씬 간편하고 유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영상의학과 이관섭 교수팀은 “2010년 한 해 동안 충수돌기염(맹장염)이 의심되는 급성 복통 환자 중 CT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병행한 104명의 최종 진단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초음파검사가 CT검사의 오진과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위장관계의 이상을 감별하는 1차 선별검사 도구로 손색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기초에서 임상까지 영상의학의 발전’이란 주제로 19일 이 병원 한마음 홀에서 열리는 제5회 한림-읍살라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그동안 초음파 검사는 공기가 찬 곳이나 뼈를 투과하지 못하는 초음파의 특성상 폐와 위·대장, 신경계의 이상을 확인하기 어렵고, CT 등 다른 영상진단 방법에 비해 의사의 경험과 영상 판독 능력에 따라 진단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초음파 검사는 발암 논란이 있는 방사능 피폭 위험이 전혀 없고, 반복해서 시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몸속 장기 상태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며 “특히 맹장염의 경우 진단의 정확도가 CT검사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초음파 검사가 맹장염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0년 한 해 동안 맹장염이 의심되는 급성복통 환자 104명에게 CT 검사를 시행했다. 이어 CT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확실한 맹장염’, ‘맹장염일 것 같다’, ‘CT검사만으로 진단하기 애매하다’, ‘맹장염이 아닌 것 같다’, ‘정상이다’ 등 5개 그룹으로 분류, 초음파 검사를 다시 실시해 비교했다.
그 결과 CT 검사만으로 진단이 애매했던 환자 16명 중 7명은 맹장염이 확실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CT 검사 후 아마 맹장염이 아닌 것 같다는 판정을 받은 급성 복통 환자 12명 중 2명, 정상 판정을 받은 41명 중 5명이 초음파 검사 결과 맹장염 진단을 받고 결국, 충수돌기 절제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CT 검사가 맹장염 진단을 위한 1차 선별 및 정밀검사 도구로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초음파검사를 병행하거나 1차 선별검사로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CT 검사에 의한 방사선 노출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고,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성인보다 방사선에 민감하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진단이 늦을 경우 복막염을 합병해 생명이 위험해지는 맹장염의 1차 선별검사로, CT 검사보다 초음파 검사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통 위장관 초음파 검사는 상복부에서 시작하여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부위와 위를 관찰한 후, 십이지장과 소장을 관찰하고, 대장과 직장까지 관찰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간장과 췌장 등 복강내 소화기관의 이상을 살펴보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소화기관 이상을 규명하는데 초음파 검사를 적극 활용하면 방사선 노출에 따른 암 발생 위험 등의 불안감을 줄이고, 경제적 부담까지 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