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승일] 수돗물의 안전성 지키려면
입력 2012-09-17 18:06
얼마전 강에 녹조가 번성해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만연했다. 조류가 수돗물에 미치는 영향은 맛, 냄새, 조류독소, 소독부산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조류번성 때 맛과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은 원수에서 농도가 비교적 높았다. 이런 물질은 고도정수 시설이 있거나 기존 시설이라도 규모가 크고, 분말활성탄도 적절하게 주입할 수 있는 대도시 정수장에서는 잘 처리됐지만 경기도의 소규모 정수장 지역 주민들로부터는 민원을 야기했다.
다행히 맛과 냄새는 정서상 문제지 건강상 유해물질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일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일대 북한강에서 채수한 시료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할 수 있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당 100여개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어 우려를 자아냈으나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서울 풍납취수장에서 취수한 물을 받는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에서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류독소는 정수 과정에서 비교적 잘 제거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염소 소독과정에서 우려되는 부산물도 분말활성탄 투입과 염소주입 장소 변경으로 수질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적으로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됐지만 문제는 정서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시장에 갈 때마다 생수를 필수품처럼 사거나 정수기를 설치하는 사람이 늘고, 수돗물을 끓이느라 소비되는 에너지가 막대한데, 이런 소동이 한번 일면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된다.
이후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 고도시설을 설치해도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수도사업자가 과학적 수치를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도 국민들은 반신반의하게 된다. 불신으로 인한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나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수돗물 원수가 되는 강이나 호소는 언제든지 돌발 상황으로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수돗물 안전성이 확보되려면 다양한 물질들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평소에 정수시설을 강화하고, 관망을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고도정수시설을 설치하고, 노후화된 관망을 정비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우선순위가 낮아 원활하게 지원되지 않는다. 금번 사태와 같은 어려움을 겪은 덕에 예산이라도 넉넉하게 지원이 돼서 노후한 시설을 개선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순간부터 예산지원에 대한 희망도 점차 사라진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돗물 안전성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불신은 커진다. 수돗물 대신 생수를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예산지원이 지연되면 수도시설은 갈수록 노후화되고, 수질은 취약해진다. 설혹 마시는 것은 생수를 마신다고 하더라도 국은 무엇으로 끓일 것이고 야채는 무엇으로 씻을 것인가.
외식을 할 때 식당은 무슨 물로 조리를 했는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닌가. 샤워는 어떻게 하고, 아기 피부에 닿는 옷의 세탁은 무엇으로 할까. 모두 생수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정수기를 통과한 물로 할 것인가. 무상보육, 무상급식도 복지겠지만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던 시절의 어려움을 회상해 보면 물은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하는 더 큰 복지가 아닌가 싶다. 정부도, 국회도 복지라는 차원에서 수돗물에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고려대 환경공학과 최승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