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日, 감정적 대응 자제해야 한다

입력 2012-09-17 18:07

일본은 과거사 반성하고, 중국은 시위대 폭력 막아야

오는 29일은 중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40주년 되는 날이다.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할 요즘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1일 취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 조치가 불길을 댕겼다. 이에 격분한 중국인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칭다오 등 80여개 도시에서 연일 반일(反日)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계란이나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던 수준을 넘어 현지 일본 기업 공장과 백화점 등에 불을 지르고 물품을 약탈해 가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중국 내 일본인과 기업의 안전 확보를 중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폭력을 중단시키기보다 일본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전투함정과 잠수함, 전투기 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한 점이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방해에도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시위성 순찰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점, 대만에 공조를 촉구한 점 등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자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이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꺼내들었다. 일본과 중국 순방길에 나선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어제 만난 직후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도서가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조약에는 ‘양국은 일본의 행정력 아래 있는 영토에서 미국 또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한다’고 규정돼 있다. 중국이 무력 도발하면 미국이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일본 자위대가 댜오위다오에 진입하면 인민해방군도 무력을 동원하게 될 것이라고 맞서 있다.

이렇듯 양국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일본과 함께 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괜한 영토 분쟁을 일으켜 일본을 괴롭히고 있다는 시각이 퍼져 있다. 자칫 미국과 중국이라는 G2가 대결하는 국면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일 간 갈등이 유로존 위기로 가뜩이나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는 세계경제에 벌써부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중·일 분쟁 이면에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발발에 대해 진정성을 담아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미·일 상호방위조약 운운하기 전에 중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차제에 독도에 대한 망상도 접기를 기대한다. 중국은 애국을 명분으로 폭력을 일삼는 시위대를 자제시키고 평화적 해결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배타적 민족주의로 국내 정치를 호도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