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앞두고 경계해야 할 직역 이기주의
입력 2012-09-17 18:05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일부 경찰이 시민단체와 함께 노사협의체 개념인 직장협의회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경찰 사이버 동호회인 무궁화클럽 등은 어제 국회도서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직장협의회 설립 문제를 논의했다. 현행법상 6급 이하 일반직 등 공무원은 직장협의회를 만들 수 있지만 경찰과 소방 등 직종은 예외다.
민생치안을 책임지면서도 박봉에 시달리는 경찰의 애로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요즘처럼 대상을 가리지 않고 설치는 성폭행범 검거를 위해 밤잠을 반납하고 순찰을 도는 경찰공무원이야말로 진정한 나라의 공복이라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 강도 절도 사기도박 등 일반 형사사건 대부분을 처리하면서도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지 못해 검찰에 밀리는 설움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직급·인사제도, 보수 등 경찰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가 일부 공무원만 대표하는 직장협의회를 통해 모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로서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특정 정치세력과 손 잡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적지 않다. 현행법상 경찰의 직장협의회 설립 자체가 불법인데도 법 개정 전략도 없이 세미나부터 열어 몽상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대선을 앞두고 각종 이익단체가 특정 정치인을 앞세워 제몫 챙기기에 바쁜 가운데 대국민 치안 서비스의 최일선에 있는 경찰마저 여기에 동참할 경우 국민적 실망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조직적으로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 모바일 선거인단에 대거 참여한 보건의료인들이 직역이기주의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사실을 깊이 되새겼으면 한다.
물론 노동조합은 없지만 노조 역할을 하는 조직체가 계급별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경찰의 부러움을 사는 영국 같은 나라도 있긴 하다. 경찰공무원이라고 단결권 등 국민 기본권을 무조건 제약받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다만 경찰의 이 같은 권한 행사는 국민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체감 치안지수가 올라갈 때 경찰의 처우개선 문제는 물론 단결권도 자연스럽게 보장되지 않겠는가.
민주국가에서 이익단체가 정치권에 기대 조직의 목표를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것이 법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진다면 결코 탓할 일이 아니다. 입법청원제도 등 국회 내 존재하는 다양한 제도를 요령껏 이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를 돕는 정치권 인사들이 특정 직업군이나 특정 이익단체의 숙원사업을 들어줄 듯이 접근해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처신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대선을 앞둔 이 시기에는 정치권이나 이익단체나 모두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는 행동은 자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