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재정 얽매이지 말고 경제지표 직시하라

입력 2012-09-17 18:00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3.6%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이 민간연구소보다 더 비관적으로 본 데다 수정치를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기침체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만 3%대 성장 전망을 고수하고 있지만 2%대 성장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우리 경제는 2분기에 전분기 대비 0.3% 성장을 한 데 이어 3분기에도 0%대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어드는 데다 소비·투자 등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 양적 완화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더 큰 문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최근 3%대 중반까지 떨어져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8조5000억원의 재정기금 투입에 이어 지난 10일에도 4조6000억원의 2차 재정지원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연말까지 한시적 조치들이 대부분인데다 뒤늦은 대책이어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재정 실탄을 아끼려면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데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를 주저하고 있다. KDI는 내년 우리 경제가 3.4%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다.

정책 당국자들은 내년 균형재정 방침에 얽매여 ‘스몰볼 정책’(미시대책)만 쓰면서 위기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하다 다음 정권에 폭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직시해야 한다. ‘찔끔찔끔’ 단기처방으로 벗어나기엔 우리를 둘러싼 세계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다. 정권 말이면 모든 대통령이 그랬듯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에는 임기가 없다”며 끝까지 경제정책을 챙길 것임을 다짐했다. 임기 말이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