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런던올림픽 아쿠아틱스센터에 박태환 선수 응원차 등장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옆자리엔 장남도 장녀도 아닌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앉아 있었다. 김 사장은 이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의 남편이다.
최근 재계에선 김 사장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너 일가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말부터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에 참여한 김 사장이 최근 대외활동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볼리비아의 국영석유가스공사인 YPFB와 8억4000만 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김 사장이 회사 대표로 공식 행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박기석 사장 대신 참석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통으로 글로벌 인맥을 보유한 김 사장이 그룹 내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개척에 주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지난해 인사 때 장녀와 차녀 부부를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한 이 회장이 취임 25주년을 맞는 오는 12월 1일을 즈음해 후계구도를 보다 구체화하리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부분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직함을 갖고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선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각별히 두 딸을 챙기는 이 회장의 행보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올 들어 출장 때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대동하고 있다.
막내딸 이서현 부사장도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광고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이 회장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 인사를 만날 때마다 함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최근 홍콩 일본 출장을 세 자녀의 글로벌 경영성과를 직접 점검하는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삼성그룹 내부에선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영경쟁 구도나 계열분리 전망은 성급한 얘기라고 말한다. 재계의 한 인사는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이서현 부사장 역시 제일모직 등의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로 경영수업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계열분리나 후계구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이건희 회장, 막내사위 부쩍 챙기는데 왜?
입력 2012-09-16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