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 혼란 탓인가 교육부재 탓인가… 고교생 절반 “부부갈등 일어나면 이혼해야”

입력 2012-09-16 19:50


고교생 2명 중 1명은 부부갈등이 일어나면 이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학년일수록 이혼과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인구교육학회가 최근 발간한 ‘학교인구교육의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찬성하는 비율이 초등학생 19%, 중학생 32.2%, 고등학생 47%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이혼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3.9%로 나타나 2006년 조사 때의 30.3%보다 3.6% 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표본이 된 전국 120개교의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407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우편 설문 방법으로 실시했다.

이외에도 초·중·고생들은 동거나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점차 관대해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동거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2006년 33.4%에서 40.5%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동거에 찬성한 남학생은 45.3%로 여학생 34.9%보다 높았다. 또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미혼 부모 관련 질문에도 조사대상 학생 28.9%가 찬성해 2006년 21.6%보다 7.3% 포인트 증가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남학생은 27.4%였지만 여학생은 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7%에 불과했다. 특히 고교생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학생은 7.9%에 그쳐 남학생의 응답률 33.2%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성별과 학년에 따라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시켜줄 수 있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을 자주 접하고, 이혼에 대해 합리화시키는 사회적 모습을 보며 이혼을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올바른 결혼관과 가정관 등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이 심각한 가치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이사야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