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계희] 지방브랜드가 국가경쟁력
입력 2012-09-16 19:53
매년 다수의 국내외 기관들이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매겨 순위를 발표한다. 2011년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상품들로 애플, IBM, 구글,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전 세계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접하는 것들이 선정됐다. 최근 들어서는 국가와 도시 브랜드 가치 평가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가히 브랜드 전성시대다.
국가 간 브랜드 경쟁은 시장 내 차별화를 위해 치열하게 전개된다.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2009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비전은 국가 위상과 국민 자긍심을 높여 신뢰받고 품격 있는 한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효과 여전
이처럼 많은 나라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힘쓰는 이유는 자국의 기업과 상품, 자본투자, 관광, 우수인재 영입 등 국가발전 전반에 미치는 영향, 즉 후광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낮은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원산지 제품이나 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디스카운트)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 1980∼90년대 해외로 수출된 우리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들이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효과로 글로벌 시장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요즘은 어떤가. 우리나라 대표 기업 상품들이 세계시장의 주요 백화점과 전문판매점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개별기업이 제품력을 향상시키고 세계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장을 파고든 발군의 끈기와 노력의 결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낮은 한국의 이미지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효과는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세계시장에서 평가되고 있는 한국 관광이다. 그것이 국가든, 도시든 아니면 특정 리조트나 관광 매력물이든 관광목적지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상품이다. 필자는 이를 ‘경험재’라 부른다.
이는 일반 제품과 달리 소비나 소유가 핵심가치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경험이 상품의 핵심가치라는 의미다. CNN에서 북한의 핵관련 뉴스 보도, 도발행위 등 북한 상황이 보도될 때마다 한국은 실제보다 매우 위험하고 매력 없는 이미지로 세계인의 마음속에 각인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효과가 일어난다.
관광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관, 양호한 기후, 훌륭한 인프라 등의 실체도 중요하지만 그 장소와 관련된 이미지에 크게 의존하는 이미지 비즈니스다. 21세기에 우리나라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갖는 이미지만큼 한국이나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들이 세계인의 심상에 긍정적이고 확실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관광산업이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국격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별 문화전통 정성껏 가꿔야
최근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도시별 버텀업 방식으로 우수한 지방브랜드의 세계화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코리안 디스카운트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좋은 도시에는 고유하고 독창적인 문화가 있으며 그것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면 도시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러한 도시의 역량이 모여 국가 이미지를 높인다.
좋은 도시들이 모여 좋은 국가를 이루고, 좋은 국가에는 행복한 시민, 자부심 있는 시민들이 살며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싶은 곳, 투자하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마다 고유한 자신만의 문화와 전통을 발굴하고 정성껏 키워 진정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가 세계인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계희(경희대 교수·관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