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재시도 막아라” 응급실 예방팀 ‘숨은’ 해결사

입력 2012-09-16 21:36

서울 5개 자치구 위기관리 서비스 상당한 효과

서울 관악구 서림동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53)씨는 지난달 20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한 뒤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응급처치를 받은 김씨는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관악구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팀 오선숙 간호사로부터 지속적인 상담을 제안 받았다.

처음엔 “살아서 뭐 하겠느냐”며 꺼리던 김씨는 오 간호사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마음을 열었다. 오래전부터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아온 김씨는 ‘주변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다’는 망상과 우울·불면증에 시달려 왔다. 알코올의존증으로 정신과 치료도 두 차례 받았다. 2010년과 지난해에도 자살을 시도했었다.

김씨는 ‘위기 개입 관리 서비스’에 응한 후 정신병동에 입원해 한 달 가까이 망상 증상 치료를 받고 있다. 퇴원 후에도 8주 동안 방문 및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오 간호사의 자살예방 상담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악·노원·성북·강서·은평 등 5개 자치구에서 자살위기 조기 개입 관리 서비스를 시범 실시한 결과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고 16일 밝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시행 중인 이 서비스는 자살예방 전문요원이 병원 응급실에서 조기 개입하거나 응급실과 구 정신보건센터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위기관리에 나섬으로써 자살 재발을 막는 게 목적이다.

관악구는 올 3월부터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와 협력해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구 정신보건센터는 특히 지난 5월부터 자살예방팀 소속 사회복지사 2명과 간호사 1명을 교대로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8시∼낮 12시 보라매병원 응급실에 상주시키고 있다. 전문 상담요원이 응급실에서 신속하게 대면(對面) 상담할 수 있어 응급실 의료진이 자살 시도자의 동의를 얻어 구 정신보건센터에 위기관리 서비스를 의뢰하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더 효과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관악구는 자살자가 2009년 148명, 2010년 146명으로 2년 연속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세 번째로 많다. 하지만 응급실 상주 위기 개입 방식으로 전환한 후 자살 재발 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3∼7월 위기관리 서비스를 받은 14명 중 자살을 재시도한 이는 1명이었다. 일반적인 자살 재시도율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외국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재시도할 확률이 25∼45%에 이른다. 4년 안에 실제 자살에 이르는 비율도 87%에 달한다.

서울시는 내년에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이 같은 서비스를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할 방침이다. 야간이나 주말 발생 자살시도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려면 자살예방 전문인력 및 예산 확충이 절실하다. 성북구 정신보건센터 조정화 정신보건 간호사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가 살던 자치구 내에서 서비스 받길 꺼릴 경우 다른 곳에서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자치구 간 협력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