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민주 후보, 당내 화합 최우선
입력 2012-09-16 19:50
親盧 탈색, 야권 후보 단일화 위한 정책 대결도 과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이 16일 마무리돼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치러진 서울 순회경선에서 문 후보가 누적 득표율 56.5%로 과반을 확보해 결선 없이 대선전에 직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5일 제주에서 시작된 민주당 경선 레이스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문 후보의 일방적 독주로 판세가 굳어졌다. 문 후보는 대세론을 형성하며 13곳 순회 경선지에서 전승을 기록했고, 2위 손학규 후보 우세 지역으로 여겨지던 경기도에서까지 40% 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지킨 친노계의 사실상 좌장으로,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정치 입문이 기정사실화됐다.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평을 받긴 하지만 정권 교체와 정치 개혁에 대한 열망이 강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각축전을 펼 경쟁 체제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헌신과 희생을 딛고 새로운 민주정부시대를 열겠다”고 정권 교체 의지를 피력했다.
문 후보의 당면 과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을 정리하고 ‘친노’ 색깔을 순화하는 것이 돼야 한다. 문 후보 자신이 여러 차례 ‘용광로 선대위’ 구성 용의 등을 밝혔지만,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과 ‘친노 패권주의’ 논란을 제기하며 반발해온 다른 경선 상대들을 선대위로 끌어 힘을 합치도록 배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이해찬-박지원 대표 체제 책임론과 당 쇄신론 요구를 무리 없이 조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친노 일변의 인력 운영에서 벗어나 보다 포용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이는 당내 화합뿐 아니라 본선 득표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문 후보의 보다 중요한 과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후보단일화다. 안 교수가 이번 주 중 정식으로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문재인-안철수와 박근혜 후보 3각 구도로 선거구도가 단순화되면서 집중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후보의 단일화는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야권 후보 단일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문 후보나 안 교수 모두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긴 하나 누가 후보가 되고, 누가 지원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지루한 분열상을 빚거나 이전투구의 구태정치를 재연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우리 정치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다.
양 진영은 또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념과 정책 경쟁보다 표 모으기에만 집착하는 정치공학적 전략이라는 비판이 상존함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느냐, 아니면 대의원 직접투표를 가미할 것이냐는 방법론적 접근에만 매몰되지 말고 정책 경쟁을 펴고 이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선거의 정도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