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자 정착 정책 현실성 있게 바꿔야

입력 2012-09-16 19:49

북한이탈주민으로 불리는 탈북자가 국내에 정착하면 기본금 600만원과 주거지원금 1300만원을 우선 지원받는다. 이후 당사자의 취업노력에 따라 취업지원 장려금 22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할 경우 정부가 월급 절반을 지원하는 고용지원금제도도 있고 지방에 거주할 경우 최고 260만원의 지방거주 장려금도 주어진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정착의 효과는 미미하다. 이들의 실업률이 12.1%에 이르는데다 전체의 30% 이상이 월평균 100만원 이하의 적은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지난 7월 탈북자들이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등 각종 범죄의 유혹에도 빠지고 있다. 자활의지 부족과 우리 사회의 편견, 정부 정책의 비현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입국 탈북자가 거치는 하나원에서의 정착교육이 항상 도마에 오른다. 12주 동안 국내 적응교육 등을 받지만 프로그램이 세련되지 못해 이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봉제공장과 전자제품 조립 공장 견학 위주의 여성 탈북자 직업교육과 자동차 정비 등의 남성 직업훈련이 시간 부족과 빈약한 내용 때문에 인기가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착에 필수적인 취업지원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상당수 탈북자는 취업에 성공할 경우 생활비로 전용해왔던 취업훈련 장려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원치 않는 훈련을 받고 있다. 일부 영세사업자들은 탈북자에 대한 정부 지원기간이 끝나면 이들을 퇴출시켜 예산낭비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탈북자 예산이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탈북자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도 지원이 중복되는 분야가 많아 탈북자들의 소외감은 그대로 남는다. 이대로 뒀다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최근 북한이 간첩을 탈북자로 위장시켜 우리 사회에 잠입시키다 잇따라 검거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안당국의 불순분자 감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는 북한 당국에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없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탈북 브로커에 대한 대책도 이번 기회에 마련됐으면 한다.

탈북자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은 난제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들도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국민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마침 탈북자 정책 점검에 나섰다.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살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