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차 양적완화 ‘양날의 칼’… 한국경제 어디로

입력 2012-09-16 22:00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QE3)’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엄청난 유동성은 침체된 금융시장에 활기를 공급한다.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머니 무브’가 일어나면서 유동성 랠리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미국 경제의 고용·투자·내수가 살아나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얼어붙은 실물경제에 만병통치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1·2차 양적완화 때처럼 실물로 흘러들지 않는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등 부작용만 양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는 수출, 환율, 물가에 민감하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는 환율을 끌어내리고 국제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눈에 띄게 가라앉고 있는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환율 급락에 수출 타격, 환율전쟁=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2월(20.5%)과 6월(0.9%)을 제외하고 모두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효과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별 수출 증가율을 봐도 내용이 나쁘다.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대(對)중국 수출 증가율은 2월에만 9.6%를 기록했을 뿐 올 들어 줄기차게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대미 수출도 최근 들어 가라앉고 있다.

수출이 다시 바람을 타려면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부양은 제대로 안 되면서 되레 ‘환율 불균형’을 유발해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직후인 14일 원·달러 환율은 11.2원이나 급락했다. 환율 급락(원화 가치 급등)은 달러화로 표시되는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가뜩이나 대외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원화 가치까지 평가절상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은 식어가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1차 양적완화 기간에 환율은 20.2%, 2차 때 8.6%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주요국 통화 강세현상으로 ‘환율 전쟁’까지 일어날 수도 있다.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면 미국의 수출이 살아난다. 대신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평가절상되는 중국, 한국 등은 수출 감소 등으로 경제 성장률이 추락하게 된다.

◇국제원자재 가격 자극, 자산시장 거품=시장에 풀린 달러화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1·2차 양적완화 때처럼 3차 양적완화도 석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을 자극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 하락,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막대한 유동성은 부동산 등 특정 분야 자산시장의 거품을 낳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고 있는 돈(단기 수신자금)이 지난 7월 현재 633조5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까지 가세하면 실물은 얼어붙는데 자산시장만 비대해지는 ‘자산 버블’을 만들 수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신흥경제국인 우리나라는 과잉유동성(spill over)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며 “자본흐름 관리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