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부주석 ‘실종’ 후 다시 나타났지만… “후진타오는 권력 넘길 생각없다”
입력 2012-09-16 19:30
중국 차기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2주 만에 공개된 자리에 등장했지만, 권력층 내부의 암투설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익명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 시 부주석이 2주 동안 ‘실종’ 상태에 있었던 것은 당 지도부 내의 심각한 불화 가능성을 내보이는 것이며, 반일(反日)시위 격화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시 부주석에게 아직 완전히 권력을 넘겨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신구 권력 간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소개했다.
시 부주석은 이날 베이징의 중국농업대학에서 열린 과학대중화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남으로써 일단 심장병이나 허리 통증 등 질병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문은 우선 중국 공산당의 권력 이양이 이뤄질 중요 행사인 18차 당대회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관례대로라면 지난 8월말 당·정·군 최고 지도자들이 비공개로 모이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정해졌어야 했다. 그래서 최고 지도부 사이에서 권력 이양이나 주요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심각한 이견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날로 격화되는 반일 시위도 지금 상황과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에서 공개 집회는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주말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 수천명이 모여 대사관에 돌과 계란을 던지는 등 57개 도시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NYT는 정부가 이 시위들을 ‘인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일 간 긴장이 높아지면 시 부주석으로의 권력 이양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후 주석은 시 부주석이 올 가을 권력을 장악하면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 관계자들은 후 주석이 군부를 계속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직도 권력을 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2002년 퇴임하면서 당시 후 주석에게 거의 모든 직책을 넘겨줬지만 군부 통제권은 2년 뒤에야 물려줬다. 최근 군부가 후 주석이 이끄는 당에 대해 충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점도 양측 간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다.
반대로 시 부주석이 상황을 주도하면서 내편 네편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이른바 양모론(陽謀論) 시각도 있다. 양모란 음모(陰謀)의 반대말로 주도 세력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드러내놓고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시 부주석이 의도적으로 2주 동안 잠적한 뒤, 관련 당사자들의 언동을 감시하면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를 판별하는 책략이다. 이래저래 중국 지도부의 권력 암투설은 18차 당대회까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