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美 외교관 살해하라”… 반미시위 본격 개입
입력 2012-09-16 21:57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본격적으로 이슬람권 국가에서의 반미(反美) 무장테러 확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외교관을 철수시키고 있는 미국 정부는 점차 커져가는 반미 폭력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 대(對)이슬람권 외교 전략의 재검토를 고려 중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예멘에 본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16일(현지시간)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한 성명에서 전 세계 무슬림에게 “이슬람 국가에서 미국 외교관을 쫓아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미국 외교관을 살해하고 미국 공관을 공격하라”고 촉구했다. 이 조직은 “리비아와 이집트, 예멘에서의 시위는 미국의 전쟁이 단체나 조직이 아니라 이슬람 국가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AQAP는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 공격은 알카에다 2인자인 야부 야히아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미 외교관과 마주치면 리비아의 예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무장공격을 부추겼다.
리비아의 무함마드 알 마가리프 제헌의회 의장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유탄발사기(RPG)까지 동원된 점을 지적하며 “알카에다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알카에다 핵심 지도부가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조직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리비아 고위관리는 벵가지 영사관 공격에는 외국인도 가담했으며, 또 일부 폭력시위 참가자들은 돈을 받은 흔적이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 당국은 지금까지 영사관 공격 용의자 50여명을 체포했다.
미 정부는 폭력 시위가 확산되자 튀니지 수단 예멘 등에서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외교관과 가족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주말이 지나면서 폭력 시위가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미 정부는 무장 폭력사태가 다시 이어져 미국인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호주와 프랑스에서도 지난 주말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16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주로 중동계 이슬람교도로 구성된 시위대 500여명은 15일 오후 시드니 시내 중심가에서 격렬한 반미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주재 미대사관 앞에서는 반이슬람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150여명이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이슬람권 국가의 반미 시위를 촉발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과 관련, ‘제15 코르다드 재단’으로 불리는 이란 단체가 ‘악마의 시’ 저자인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65)에 대한 현상금 액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루시디가 애초 처형당했다면 이 영화는 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현상금을 30만 달러 늘려 330만 달러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