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아니고… 적도 아니고…” 美, 이집트 관계설정 고민

입력 2012-09-16 19:3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페인어 TV방송 텔레문도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 이상 이집트를 동맹(ally)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이라고 생각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 발언은 전날 시위대의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난입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급격하게 변한 중동 정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미국의 심각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게 중동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티븐 플래니겐 박사는 15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이 발언은 대전환을 맞은 이집트와 미국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맹이라는 말은 냉전시대에 주로 쓰였던 용어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현재의 중동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모이드 유스프 연구원은 “동맹은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자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나라”라며 “현재 이집트와 같은 새로운 동맹관계는 친구이자 적이라는 의미인 ‘프레니미(frenemy)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새 중동정책은 현재 이집트와 미국 같은 관계를 정의할 적절한 용어를 찾아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집트와 비슷한 경우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미국으로부터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받고, 알카에다 같은 과격 이슬람단체를 분쇄하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보부 등의 알카에다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로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과 주요한 국익을 공유하고 있지만 해당국 국민들은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 국가들을 정의할 새 용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래니겐 박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부르고, 이라크전에 군대를 파병한 우방 정부의 정치적 위험을 감안해 이들을 동맹 대신 ‘파트너’라고 호칭한 것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맹 대신 ‘전략적 파트너’ 등이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