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내년 100주년인데… 조용한 연준
입력 2012-09-16 21:59
내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907년의 극심한 금융공황을 겪은 뒤 미 의회가 연방준비은행법(federal reserve act)을 통과시킨 1913년 12월 13일이 연준의 창립일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특정 조직이 100년을 유지해 왔다면 그 자체로 성대한 잔치를 치를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 건국 역사가 길지 않은 ‘신생 국가’인 미국에서 100년의 무게는 남다르다.
하지만 연준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연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심포지엄과 각종 기념행사를 하려던 계획이 보류됐다. 다만 역사기록을 위해 연준에 오래 근무한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역사 증언 녹취작업만 진행 중이다. 또 역사 기록에 필요한 문서와 영상물을 모으고 있다.
연준이 이렇게 몸을 낮추는 것은 미국 사회 일각의 연준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때문이다. 대표적인 비판자가 ‘연준 철폐’를 주장해 온 론 폴 연방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이다.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를 신봉하는 그는 연준의 무제한적인 화폐 증발이 경제위기를 불렀다며 금 본위제 복귀를 주장한다.
문제는 ‘극단적인 소수파’ 정도로 분류되던 론 폴의 주장에 동조하는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개정된 새 정강에는 의회가 연준의 재량적인 통화정책에도 감사를 실시하고 금 본위제 복귀를 검토한다는 규정이 새로 삽입됐다.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당선되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유리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데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뉴욕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들였던 베어스턴스와 AIG의 남은 자산을 최근 성공적으로 처분, 66억 달러의 이득을 올렸다며 ‘상세한’ 보도자료를 낸 것을 이러한 배경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금융 감독에 실패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방지하지 못했고, ‘대마불사’ 금융회사에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다는 비난에 제 발이 저린 연준이 ‘자찬성 보도자료’를 내놨다는 것이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