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측 “문재인은 道 대표선발전 앞둔 반쪽후보”

입력 2012-09-16 21:32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문재인 상임고문이 16일 확정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최대 위기국면에서 야권 후보와 맞닥뜨리게 됐다.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에 처한 상황에서 박 후보의 역사관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문 후보와 경쟁하게 된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은 반쪽 후보”=박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를 앞둔 ‘반쪽 후보’임을 부각시키며 ‘마이 웨이’를 간다는 입장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단일화를 하지 않았으니 반쪽 후보 아니냐”며 “전국체전에 비유하자면 동네 선수에서 군 단위 후보로 뽑힌 것이고 안 원장과 도 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최종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우리가 그들을 상대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네거티브가 아닌 좋은 비전과 정책 제시로 국민행복 시대를 열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이처럼 박 후보 측은 ‘문 후보를 직접 검증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후보로 확정된 이상 언론 등의 검증이 자연스레 이뤄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금융감독원 검사를 완화하기 위해 금감원 담당국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근혜 자신을 넘어서야”=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서 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민생행보와 정책발표로 돌파한다는 계획이지만 ‘과거사 수렁’에서 과연 발을 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박 후보와 문 후보 둘 다 ‘박정희와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유산을 떠안고 있는 만큼 과거사 프레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박 후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봉하마을 방문 등 광폭 행보로 쌓아올린 지지율을 인혁당 발언으로 까먹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박 후보 측은 지난달 20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뒤 야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를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확실히 심는 기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잃어버린 한 달이 됐다는 당내 비판이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40%대 밑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30∼40대 중도층 이탈도 감지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과거사를 말끔히 털고 가자”고 이야기하지만 후보 본인의 입장 전환이 쉽지 않은 눈치다. 친박 인사는 “박 후보가 아버지를 극복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은 이어받고, 과는 멋지게 극복하겠다고 해야 과거사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