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고개떨군 손학규… 회의적 ‘본선 경쟁력’에 발목
입력 2012-09-16 23:58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했다. 야권의 남자가 되려 했지만 확실한 ‘야성(野性)’을 보여주지 못해 다음을 기약하며 자성과 칩거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5년 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16일 서울지역까지 당 대선후보 순회경선 13곳에서 전패했다. ‘완벽한 패배’다.
손 고문은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깨끗이 승복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첫 경선지인 제주부터 삐걱거렸다. 문재인 후보의 모바일 득표 돌풍으로 기대했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 고문의 득표율은 문 후보의 절반도 안 됐다. 모바일 투표는 줄기차게 손 고문의 발목을 잡았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문 후보가 세를 불려간 반면 손 고문이 기대했던 조직력은 힘을 쓰지 못했다. ‘텃밭’인 15일 경기 경선에서도 23.4% 득표하는 데 그쳤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패인을 대선 본선 경쟁력에서 찾는 이가 많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맞서기에 역부족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손 고문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이지만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게는 ‘박근혜를 이길 사람’이란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박근혜 대항마로서 손 고문보다 문 후보가 낫다는 판단은 여론조사에서도 숱하게 확인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향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또는 협력관계에도 손 고문보다 문 후보가 더 좋은 카드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이 ‘새로운 인물’ 대 ‘기성 정치인’ 구도로 진행되면서 손 고문의 정치 경력이 빛을 바랬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지금 국민들은 정치판에서 갖은 풍파에 거칠어진 얼굴보다 깨끗하고 고운 얼굴을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 고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정체성’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민주당으로 이적해 당 대표를 두 번이나 했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한계라는 지적이다.
경선 패배로 손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그는 야권 통합을 기치로 당 밖 친노무현 그룹과 손잡고 민주통합당 창당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친노 그룹이 당내 최대 계파로 떠올라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면서 그의 역할은 이미 축소되기 시작했다. 차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생각이라면 상황 반전을 기다리며 2008년처럼 다시 칩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65세인 그는 2017년 대선 때 70세가 되지만 고(故) 김대중 대통령도 73세에 대통령이 됐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