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장과 발레의 만남… ‘아름다운 조우’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입력 2012-09-16 18:20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말고 한국적인 발레 레퍼토리는 없을까. 국립발레단 최태지(53) 예술감독은 외국에 나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전통악기 가야금과 발레를 결합시키면 어떨까. 최 감독은 가야금 명장 황병기(76)를 찾아갔다. 최 감독은 황병기가 작곡·연주한 CD에 있는 곡 중 일부를 발레 배경음악으로 쓰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흔쾌히 동의했다. 한국 발레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지금, 우리만의 새로운 발레 레퍼토리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아름다운 조우’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름다운 조우’는 황병기의 음악과 발레를 결합한 작품이다. 그의 가야금 선율 위에 3명의 안무가가 다양한 색깔로 개성 있는 무대를 꾸민다. 각 작품 20분씩, 총 60분 공연으로 이뤄진다. 시작과 작품 중간 중간에 황병기가 직접 해설을 할 예정이다.

안무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출신 무용수 니콜라 폴, 국립발레단의 발레 마스터 박일, 서울예술단 정혜진 예술감독이 맡았다. 특히 프랑스 출신 안무가의 해석이 궁금증을 갖게 한다. 폴 무용수는 “한국 음악은 유럽에서 성장한 나에게 신선하고도 감동적”이라며 “황병기의 음악을 듣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그의 음악은 절제·절도와 함께 풍부한 감정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그는 곡 ‘비단길’을 배경음악으로 ‘노바디 온 더 로드’라는 작품을 연출했다.

박 마스터의 작품은 풍류시인 김삿갓을 주제로 한 ‘미친 나비 날아가다’. 김삿갓의 실제 시 ‘광접홀비(狂蝶忽飛)’를 풀어 쓴 것이다. 그는 “삿갓 속에서 흘렸을 수많은 눈물과 해학적 시가 가야금 곡조와 절묘하게 어울릴 것”이라고 밝혔다. 수석무용수 이동훈 김리회 등이 출연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정 감독은 남녀의 환상적 사랑을 그린 작품 ‘달’을 준비했다. 그는 “한국 전통춤과 발레는 호흡과 발놀림 등이 매우 다르다. 하지만 그 차이 속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며 두 춤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지영 이은원 박슬기 등 출연. 이달 27, 2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02-587-6181).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