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흐느끼고 툭하면 이간질하고… 나도 모르는 내 맘속 칼, 인격 장애
입력 2012-09-16 18:00
갑자기 돌변해 펑펑 운다. 어제만 해도 좋다던 사람이 오늘은 너무 미워 꼴도 보기 싫단다. ‘공주병’ 또는 ‘왕자병’ 환자란 말을 자주 듣는다. 툭하면 사람 사이를 이간질한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나같이 상궤를 벗어난 행동들이다. 혹시 주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다면 성격 장애(인격 장애)가 아닌지 의심해 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1년 연령별·성별 인격 장애 진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포함한 각종 인격 장애로 지난해 국내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총 617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성별로는 남자(3711명)가 여자(2465명)보다 1.5배 정도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1965명)와 30대(1253명)가 52.1%로 절반을 웃돌았다. 이어 40대 861명(13.9%), 10대 이하 680명(11.0%), 50대 660명(10.7%) 순이다.
인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모가 나는 유형은 크게 A, B, C형 3가지로 나뉜다. A형은 사고 판단에 문제가 있는 유형으로 편집성과 분열성 인격 장애가 대표적이다. B형은 감정 표현에 문제가 있는 유형으로 히스테리성(연극성), 경계선(정서불안성), 자기애성 인격 장애 등이 있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도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대인 관계에 문제를 보이는 C형은 늘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게 특징이다.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인격 장애로 세분된다. 이 세 유형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 충동조절장애도 인격 장애로 분류된다.
가장 흔한 것은 B형의 경계선 인격 장애와 상세불명 인격 장애다. 상세불명 인격 장애는 여러 유형이 뒤섞여 나타나 특정하기 힘든 것을 말한다. 2011년 기준 경계선 인격 장애 환자 수는 1993명(32.3%), 상세불명 인격 장애 환자 수는 1618명(26.2%)이다. 인격 장애로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계선이나 상세불명 인격 장애자란 얘기다.
경계선 인격 장애는 정서 불안으로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평가나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게 특징이다. 이성에게 한눈에 반하며, 한 사람에게 싫증을 잘 내고 곧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곤 한다. 부주의 운전이나 과소비, 도둑질, 과식 등 자신에게 해로운 버릇을 2개 이상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이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 시도나 제스처를 통한 위협과 자해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는 “때때로 필요에 따라 감정과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시키기도 하지만 병적 인격 장애는 대부분 심리치료나 인지행동수정 훈련이 더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고 가족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