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기태 ‘몽니’ 야구판 ‘술렁’… “예민”-“무언 메시지” 엇갈린 시각

입력 2012-09-14 23:52

‘경기 포기’ 논란을 일으킨 김기태(43) LG 감독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중징계를 내렸다.

KBO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12일 잠실 LG-SK전에서 발생한 신인 투수의 대타 기용과 관련해 김기태 감독과 LG 구단에 각각 경고 처분을 내렸다. 특히 김 감독에게는 벌금 500만원도 부과했다.

KBO는 “규약 제168조에 의거해 김 감독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백순길 LG 단장은 “KBO 측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객관적으로 판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KBO가 내린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당시 SK 이만수 감독은 3-0으로 리드하고 있던 9회말 박희수가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자 이재영을 등판시켰다. 하지만 이재영이 LG 이진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후 정성훈에게 2루타를 맞자 다시 정우람으로 교체시켰다. 그러자 김 감독은 한 번도 1군 경기에 나선 적 없는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세웠다. 신동훈은 가만히 서서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이에 격분한 김 감독이 다섯 살 연상의 조계현 수석코치의 만류를 거칠게 뿌리치고 대기 타석에 있던 정의윤까지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야구계에서는 김 감독이 예민하게 반응했고, 팬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인식 전 한화감독은 “SK의 9회 투수 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김 감독이 화가 많이 났겠지만 스스로 견뎌냈어야 했다. 감독 뒤엔 선수들이 있고 팬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동안 쌓인 SK의 도발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했다는 동정적인 여론도 있다. SK는 상대팀에 대한 배려 없이 승리에 집착한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김 전 감독도 “SK가 평소 큰 점수 차로 앞서 있을 때 지나친 행동을 했던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도 이구동성으로 “다른 쌓인 게 있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한편 2010년 9월22일 두산-SK 경기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더블헤더 경기가 열린 광주에서는 KIA가 1승1무로 웃었다. KIA는 1차전에서 모처럼 터진 타선에 힘입어 롯데를 10대 1로 대파했다. 2차전에선 7-8로 뒤진 연장 12회말 신인 황정립이 프로 첫 타석에서 동점 홈런을 날려 8대 8로 비겼다. 한화는 넥센을 8대 7로 잡고 3연승을 내달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