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에 희생 리비아 美대사… 사망 직전까지 기밀문서 폐기

무장세력 공격으로 숨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는 피살 직전까지 영사관의 기밀문서 폐기작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CBS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 11일 밤 10시 무장세력의 영사관 공격이 시작됐을 당시 정보담당 외교관인 션 스미스 및 보안요원들과 함께 기밀문서 폐기작업을 막 시작한 상황이었다.

15분 뒤 무장세력은 청사에 진입해 메인 건물을 향해 총과 로켓포를 발사했다. 건물에 로켓포가 떨어지자 보안요원이 밖으로 튕겨나갔다. 스티븐스 대사와 스미스를 찾으려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 보안요원은 스미스 시신만 찾을 수 있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보안요원이 갔을 때 이미 스미스는 이미 숨져 있었다. 보안요원은 스미스를 건물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다른 요원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불길이 건물을 덮쳐 스티븐스 대사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무장세력 습격 이후 미 영사관의 기밀문서가 없어졌다고 보도했다. 문서에는 미국에 협력하는 리비아인 리스트, 석유계약 관련 기밀문서 등이 포함돼 있다. 신문은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서들이 사실은 스티븐스가 폐기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사관 공격으로 숨진 4명 중 두 명은 글렌 도허티(42)와 타이론 우즈(41)로, 이들은 전직 해군특수부대(네이비실) 대원이었다. 도허티는 특히 지난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리비아에서 사라져버린 휴대용 지대공미사일(MANPAD)을 찾아 없애는 임무를 맡았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한편 미 언론들은 사건 당일 스티븐스 대사의 영사관 방문이 극비리에 이뤄졌는데도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보도했다.

양진영 기자